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아마도 빈센트 반 고흐일 겁니다. 고흐의 생애 마지막은 예술과의 투쟁, 삶과의 투쟁, 그 자신과의 투쟁으로 가득했어요. 고갱과 함께 아를에서 보내던 시간은 고흐가 귀를 자르는 사건으로 끝이 났고 그 후, 고흐는 생레미 요양소에서 치료기간을 거친 다음, 오베르로 옮겨 가게 됩니다. 오베르에서 만난 가쉐 박사, 그리고 동생 테오가 고흐의 예술을 이해해주기는 했지만 고흐는 끝까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였습니다.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던 1890년 7월 27일, 고흐는 오베르성 뒤쪽에 있는 밀밭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습니다. 이틀 후, 고흐는 테오의 품에 안겨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죠.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수많은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뇌를 그대로 담은 일기를 남겼죠. 고흐의 일기장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그의 일기장에는 작은 글씨와 연필로 그린 그림들이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흐가 일기장에 써 둔 글들은 고흐의 예술 세계를 알려주는 가장 명확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1888년, 그러니까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고흐는 이런 일기를 썼습니다.
언제쯤이면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친구 씨프리양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물고서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른다. 타라스공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서 간다는 것이지.
고흐의 일기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고흐야말로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꿈 속에서조차도 그림만을 생각했던 진정한 예술가가 아닌가 하고 말이죠.
고흐가 남긴 글에는 또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것이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 대목은 실의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더없이 큰 격려사로 들립니다. 가장 불행했던 예술가, 그러나 언제나 그림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진정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11월의 노트에서 만나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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