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7년 8월 7일 화요일
여름 내내 방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정리되지 못한 추억의 일부에서도 여전히
곰팡이 냄새는 났다 방법서설에서부터
고리끼 단편 소설선까지 책들이 익어가는 동안
기억의 다락방을 열면 거미줄 아름답게 빛났다
기억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스스로 만든 廢鑛 속에서
빛나는 거미줄을 꿈꿀 수 있기 때문, 이라고
그 여름의 장마 속에서 누군가에게 나는
쓴 것 같다.
장마 / 박정대
<시간의 무늬>
지금 여러분의 창밖에는 어떤 풍경이 보일까요.
불이 켜진 건너편 아파트가 보이시나요.
아니면 엎드린 소의 등처럼 순하게 자리잡은 산등성이가 보이시나요.
차들이 꿈결처럼 흘러가는 도로가 내려다 보일까요.
아니면 가로등을 켠 길이 굽이굽이 놓인 풍경이 보이시나요.
강물이 형광물체처럼 저 홀로 빛나는 풍경이 보일까요.
창문 앞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가 다 사색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문이란 열고 나가거나 닫고 들어서는 어떤 행동의 상징이지만
창문은 그 앞에 앉아서 창 밖의 세상을 바라보는 조용한 사색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하죠.
실제로 창문 앞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다 말이 없어지고
차분해지고 창 밖 풍경을 조용히 응시하곤 합니다.
비가 내려도 좋고
날이 맑아도 좋고
날이 저물어 불이 켜져는 저녁의 풍경이어도 좋은 것.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은 어쩌면 창문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좋은 일은 모두 창문을 통해서 온다 고 표현을 했는지도 모르죠.
창문으로 보는 세상은 늘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문을 열고 나서서 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가 내리는 풍경이 창문을 통해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문을 열고 나서면 비 때문에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창문으로 좋은 일이 찾아 온다는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서도 안되겠지만
창문 밖의 현실을 모르고 살아서도 안되겠죠.
창문과 문
바라보는 것과 문을 열고 나서는 행동을 조화시키며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