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7년 8월 29일 수요일
종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
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
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
종이를 잊고
나무도 돌도 잊고
아주 넓은 등에 기대
한 시절 사람으로 태어나
한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아주 넓은 등이 있어 / 이병률
<시간의 무늬>
한번이라도 몸이나 마음의 고통을 느껴본 사람들은
훨씬 깊고 성숙한 눈빛을 갖게 됩니다.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죠.
우리가 어른들의 눈빛에 담긴 깊고 온화한 빛을 자꾸 느끼는 것은
그 눈빛 속에 너무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담겨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죠.
고통을 나눈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실 고통은 철저하게 개인의 것이기도 합니다.
고통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똑같이 경험할 수는 없으니까요.
고통을 잘 참는 문화권이 있다고 합니다.
강인하고 자유로운 인간을 길러내는 인디언 문화가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인디언 어머니가 출산시에 느끼는 고통지수는 다른 지역 어머니들이 느끼는 고통지수보다
낮다고 합니다. 그렇게 훈련이 되어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디언들은 고통을 줄이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고통을 참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우리는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통증을 말합시다' 라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고통을 숨기고 참고 그리고 혼자서 지옥 같은 고통을 이겨내던 시대와 작별해야만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하는 시대가 가까워졌습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고통에 무심한 의료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통증을 제대로 말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권리를 되찾아 주려는 움직임, 저는 개인적으로 반갑게 느껴집니다.
'통증을 말합시다' 라는 캠페인이 저는 개인적으로 참 반갑네요.
내 안에 고통을 쌓고 또 쌓아서 너무 큰 병으로 만들기 보다는 작은 통증부터 말하고 털어놓고
치료 받고 위로 받으면서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뿐인 삶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통증을 말하면서 아픔을 털어놓으면서
좀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