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나 이길을 따라 쭈욱 가서
이 길의 첫 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 처음... 사랑할... 때... 처럼... 그렇게......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中 / 박라연
<시간의 무늬>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사막지대에 어느 날 몇 십 년 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가 지나가자 다음날 사막에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죠.
이 놀라운 현상을 보고 학자들이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한번의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30년간 씨앗 상태로 있던 풀들이 피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어나기 위해 무려 30년을 기다린 씨앗... 단 한 번의 잠깐 스쳐간 비를 맞고도 무성하게 피어날 풀꽃들.....
생명이란 저렇게 숙연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일이었겠죠.
태양과 물만 있으면 지천으로 피어나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또한 많은 생명을 위해 기꺼이
먹이가 되어주는 식물들을 생각하면 마음 속의 흘러 넘치는 욕심 같은 것을 많이 자제할 수 있을 겁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 햇빛과 비만 있으면 된다니..... 살기 위해 의식주가 필요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있는 것을 또 사들이고 새로운 것에 탐닉하며
시간을 써 버리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로 채워져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단 한번 스쳐 지나간 비를 맞고도 꽃을 피워내는 풀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있겠죠.
꽃을 피워내는 간절함, 그리고 그 간절한 소망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로지 그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 간결함...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따금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것 또한 이런 간절함과 간결함을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 들어차 있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정리하고
간결한 여행가방을 꾸린 사람처럼 단촐한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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