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마주 않아서
해가 아주 저물어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브 몽땅이나
줄리에뜨 그레꼬의 샹송을 들었던 저녁이었을 것 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음악도 꺼지고
길거리의 가로등이 하나 둘 밝아올 때도
우리는 불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던
어느 흘러간 날이 있었습니다
흘러간 날 / 이동순
<시간의 무늬>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면 무수한 평가가 쏟아집니다. 성급하게 흥행에 성공을 했다거나,
작품성에 승리를 거뒀다, 혹은 돈 내고 보기 아깝다는 평가들이 엇갈리곤 하죠.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들을 모두 다 잠재우는 요소가 있다고 하면 바로 입 소문 일 겁니다.
'어떤 영화가 참 좋다더라~' 하는 주변의 권유야말로 진짜 좋은 영화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란하게 등장했던 영화가 날이 갈수록 상영관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등장했던 영화가
날이 갈수록 상영관이 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상영중인 아일랜드 영화 'Once'가 그렇죠.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누는 짧은 만남... 사람의 만남이란 얼마나 오래 만났느냐가 아니라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의 음악을 알아보는 여자, 여자의 재능 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남자...
그래서 서로에게 잊지 못한 선물이 되는 사람들....
역시 우리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영화를 좋은 영화, 감동적인 영화라고 꼽는 것 같습니다.
점점 상영관을 늘려가는 영화처럼 내 마음 안에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늘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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